[글마당] 우물
우물은 동네 사람들 모두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물을 들여다보며 얼굴만 비춰본 게 아니었다 아 하고 소리를 질러본 사람 침을 뱉어 본 사람 돌멩이를 슬쩍 던져본 사람 사는 게 죄다 싫어 우물로 뛰어들어 버릴까 생각하는 사람 우물은 사람들의 생명수였고 마을의 이정표였다 우리가 우물을 내려다 본 게 아니었다 우물이 우리를 올려다봤다 물로 씻을 수 없는 우리의 상처와 허위와 치욕과 죄를 우물은 모두 알고 있었다 우물은 마을 사람들 모두의 마음을 덮을 수 있어서 그토록 깊다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박도준 / 시인·플러싱글마당 우물 마을 사람들 동네 사람들